Press Release

조선일보 2013-10-08

[더 나은 미래] “성공하면 기부하겠다 하지 말고, 일상적으로 나누세요”

김만덕상 받은 여성 CEO, 송경애 SM C&C 대표
여성 CEO 최초로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
결혼기념일·생일 등 기쁜 일 생기면 나눠
기부는 용기이자 습관… 내게 주는 선물 같아



1987년 스물다섯에 자본금 250만원으로 시작한 비티앤아이(BT&I)를 2600억원대 항공권을 판매하는 기업체 전문여행사로 키워낸 송경애(51·사진) SM C&C 대표. 비티앤아이는 최근 SM 계열사인 SM C&C에 흡수합병돼, 송 대표는 기업체 고객과 함께 한류스타들을 위한 행사와 투어, 해외촬영 지원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송 대표는 ‘나눔’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이사이자 여성 CEO로는 처음으로 1억원 이상을 기부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고액기부자 모임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다. 결혼기념일, 회사 20주년 기념일, 생일 등 기념일마다 기부하는 것으로 유명해, 별명이 ‘날마다 기부하는 여자’다. 송 대표는 최근 기부의 일상화에 기여한 공으로 김만덕상을 수상했다.

“저는 그냥 기쁜 날에 맞춰 기부합니다. 작년에 아들이 스무 살이 됐을 때 뭘 할까 고민하다가 컴패션을 소개받아 해외 아동 20명을 돕기로 했죠. 한 달에 90만원인데, 우선 제 이름으로 하고 나중에 아들한테 넘길 거예요. 기부는 용기이고 습관이고, 저한테 주는 선물입니다. 누구를 불쌍히 여겨서 하는 건 아니에요.”

송 대표는 “기부(Give)는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지만, 나눔(Share)은 공유하는 것”이라며 “기부보다는 나눔이라는 말을 더 많이 썼으면 좋겠다”고 했다.

송 대표의 나눔 뿌리는 어린 시절 자란 미국에서부터 싹텄다고 한다. 고교 시절, 아버지와 함께 150달러를 내고 저녁을 먹는 자선파티에 많이 참여했는데 자연스럽게 ‘아~ 남을 도와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먹을 것 안 먹고 죽자사자 아끼면서 죽기 전에 ‘한 서린 기부’를 하는데, 생활 속 기부가 습관화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10억을 벌면 기부해야지”성공하면 기부해야지’ 하는 조건부 기부는 안 돼요.”

“기부액이 어느 정도 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그녀는 “전체 연봉으로 치면 한 20%쯤 되지 않을까요”라고 했다. 그녀는 신뢰할 만한 단체를 고른 후 기부하고, 그 단체를 믿고 맡길 뿐 사용처에 대해 일일이 간섭하지 않는다.

송 대표는 자신의 기부가 남편으로부터 전염된 것이라고 했다. 서울 논현동 WY치과 유원희 원장은 12년 넘게 탈북자들을 위한 하나원 의료봉사를 해온, 아너소사이어티 멤버다. 이들 부부의 나눔은 미국에서 유학 중인 두 대학생 아들에게도 전달됐다. 두 아이는 학교 기숙사에서 동료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산 컵라면을 3달러에 팔아 ‘북한 아동에게 통일빵 보내기’ 프로그램에 기부했다. 2009년에 모은 돈이 무려 1000달러, 2010년에는 3800달러를 기부했고, 2010년 연말에는 경기도 광주의 중증 장애인시설인 ‘한사랑마을’에 5대의 휠체어를 기부하는 등 기부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

나눔의 온도는 200여명의 직원에게도 전파돼, 2011년부터 전 직원이 참여하는 ‘나눔펀드’가 조성돼 급여의 1%를 쪼개 보태고 있다. “저는 4000~5000원짜리 커피 값이 너무 아까워요. 명품백도 안 들고 다녀요. 20년 전에 찍은 사진과 이번에 찍은 사진을 보면, 입은 옷이 똑같아요. 대신 제가 기쁨을 느낄 때는 뜻깊은 날, 뜻깊은 곳에 나눌 때예요.”

송 대표는 지난해 20여명의 한부모 가정 청소년들과 함께 직접 홍콩 여행을 다녀왔다. 자신이 모든 비용을 대고, 직접 가이드로까지 나섰다.

“아이들이 받기만 해서인지 감사를 표시하거나 나누는 방법을 잘 모르더군요. 마음이 아팠어요. ‘아! 내가 잘못했구나’ 싶었어요. 해외의 어려운 나라에 가서 봉사
를 했어야 하는 것이었어요.”

그녀는 마지막으로 쓴소리를 한마디 했다.

“예전에 사회통합위원회 회의에서 제 옆에 앉아계신 한 장관님이 ‘나는 돈이 없어 기부를 못해’라고 말씀하시기에, 제가 ‘100만원 받는 인턴직원도 1만원을 기부하는데 어떻게 그런 얘기를 하십니까’라고 했어요. 사회 지도층, 특히 정치인들이 모범을 보여야 해요.”

기사원문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0/07/2013100702636.html